과학을 좋아하는 편인 나는 종종 절대온도에 대해 놀랄 때가 있다.
온도가 아무리 떨어진다 해도, 온 우주에서 가장 춥다 하여도 그것은 고작해야 -273.15°C 라는 것.
생각보다 너무 약하다.
인류는 그것의 10% 수준인 -27.32°C를 간혹 겪는다.
심지어 남극 보스토크 기지는 -89.2°C를 기록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자연 끝점의 10% 수준을 가끔 겪고, 심지어 33% 수준까지도 겪을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고속을 보자면
광속 299,792km/s의 10%인 29,979km/s는 꿈도 꾸지 못할 수준이다.
인류 최대의 속도인 우주선이라 하더라도 고작해야 16.6km/s 수준이고,
금성의 중력을 이용한 스윙바이 기술로도 NASA의 Parker Solar Probe가 기록한 176.74km/s가 인류 최고다.
자연의 0.06%도 안 된다.
고온으로 보자면 아직 인류가 알 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론적으로는 무한대이다.
초신성 폭발 시 1억K, 곧 99,999,726.85°C 정도는 나온다고 하니 이것의 10%인 9,999,972.68°C 또한 꿈과 같다.
지구 표면의 최고 온도 기록은 19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의 퍼니스 크릭에서 측정된 56.7°C이다.
이건 자연의 0.0006%도 안 된다.
자, 이쯤되면 저온은 너무나도 예외적이지 않은가.
물론 이는 근원적으로 그저 측정 기준의 문제다.
측정 기준을 무엇으로 했느냐에 따라 10%의 의미는 엄청난 차이를 낼 수 있다.
또한 직접경험이 아니라 단순구현의 관점이라면 인류가 꽤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 통하여 광속의 99.9999991% 수준에 도달한 바 있고,
인공태양 기술을 통하여 중국의 EAST에서 올해 1월, 1억°C를 1066초 유지한 바 있으니.
그럼에도 이러한 기준점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역시 인류가 저온에 너무 가까이 있다는 것은 변함 없고,
자연의 평균적인 온도와 보다 가까운 환경에 적응한 또다른 개체가 존재하는 세상은 없을 지 상상하게 한다.
날이 갑작스레 따뜻해 졌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두꺼운 패딩을 입었던 것만 같은데 오늘 낮은 참 화창하다.
온도의 변화도, 계절의 변화도 가파르다.
아무튼 이렇게 찾아온 봄을 환영한다.
추운 건 싫어. 😶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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