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2005-05-23)

1.
언젠가부터 TV 광고 속에서 박주영은 흔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 어린 축구스타는 이제 CF 스타이기도 한 것이다.

요즘 한국 축구는 한 마디로 박주영 신드롬이라도 해도 무방할 듯 하다.
나 역시도 박주영을 보며
지금까지 내가 봐 왔던 그 어느 축구선수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축구를 잘 알지는 못한 나이긴 하지만
박주영의 플레이는 영리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본다.
그는 뭐랄까,
육체적으로는 그리 뛰어난 것 같진 않지만
똑똑하게 플레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 것이다.
그의 개인기는 현란한 발재주와 뛰어난 볼키핑력 따위의 능숙함보다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고 쉽게 행동함으로써 불필요하게 어려운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데 있는 듯 하다.
(박주영이 현란한 발재주와 뛰어난 볼키핑력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



2.
이러한 박주영은 의외의 부분에서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인간을 사회적인 신분이나 영향력에 따라 일렬로 나열할 수 있다고 할 때
현재의 순열은 가장 자연적이고 가장 원초적인 인간 사회에서의 순열과 차이가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를테면 사회적인 성향이 극히 미비하지만 공부는 정말 열심히 하여
현재 높은 순위에 위치해 있는 어느 한 인간이 있다면
그는 가장 자연적인 상태에서는 하위권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할 것이다.
힘이 모든 걸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자연이라면
육체적인 능력보다는 정신적인 능력이 뛰어난 그가 살아가기 고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주영은 이러한 사회를 가정함에 커다란 예외가 되었다.
그는 그리 뛰어나지 못한 육체를 갖고 있음에도
육체가 많은 것을 지배하는 스포츠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박주영을 보며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주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박주영이 축구 선수가 아니라 이종격투기 선수라 하더라도
그는 어느 정도의 성적은 내고 있으리라 본다.
축구보다 더 육체적인 힘의 역할이 큰 이종격투기일 지라도
박주영은 영리한 행동으로 상대를 제압해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어느 정도 교활하고, 어느 정도 힘도 있는 어떤 한 사내가 있다면
그는 현재가 아닌 가장 자연적이고 야만적이며, 원초적인 힘의 사회 속에서도
높은 사회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으리라 본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15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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