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는... (2002-04-01)

Writer  
   achor ( Hit: 1207 Vote: 19 )
Homepage      http://empire.achor.net
BID      개인

까만 밤하늘을 보며 4월의 시작을 맞이하는 것도 괜찮은 기분이다.
애초에 새벽에 쌩쌩한 나인데다가 지난 주말 잠을 많이 자뒀더니 아무 생각 없이 멀뚱멀뚱 살아있다.
TV에서 영화가 끝난 후 CATV 그리고 인터넷TV 등을 통해 연이어 영화를 봐댔지만
별로 흥미없다. 아. 삶의 재미가 이토록 없을 줄이야. !_!

주말에는 잠도 많이 잤지만 담배도 엄청 피워댔다.
나는 토요일, 일요일 모두를 아침, 점심, 저녁. 밥을 먹듯
때마다 짧게짧게 규칙적으로 하루 세 번 잤었고,
하루 평균 담배 2갑은 훌쩍 넘도록 애연을 해줬다.
사무실 앞 슈퍼를 가면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으례 디스 한 보루를 꺼내주신다.
예전에는 라면도 사고, 부탄가스도 사고 뭐 그랬지만
요즘 나는 슈퍼에서 오직 담배 한 보루밖에 사질 않는다.

지난 토요일, 칼사사 때문에 keqi가 많이 힘들었나 보다.
칼사사에 애착이 많은 나로서는 keqi한테 아주 미안한 기분이다.
사실 우리가 너무하긴 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동안 진행되어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칼사사타임은
그 누구라도 견뎌내기 힘들었을 게다.
정모 시간이 2-3시간 지나서야 슬슬 아이들이 모이는 칼사사타임 문화. --+
여기에는 나도 크게 일조하였으니 keqi 앞에서 참 면목 없게 됐다.
올해가 시작할 무렵에 약속시간을 잘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얼마나 지났다고 여전히 나는 게으르다.

만우절이다. 4월 1일.
만우절하면 잊을 수 없는 1997년의 추억.
그 황당함은 내 삶에서 가장 소설 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아퍼서 요양하러 가야된다고 구라를 쳐놓은 그 해 4월 1일,
오후가 되어 그대로 병원에 실려가 수술을 받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단 말인가.
그 기억 때문에 굳이 만우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 해 이후 만우절 거짓말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거짓말 하여 누구를 골리거나 누구를 즐겁게 하는 일 따위는 내게 전혀 흥미 있는 일이 아니다.

4월에는,
학교에 좀 다녀야겠다고 결심한다.
지난 3월, 학교를 한 번밖에 안 갔다는 건 정말 최악이다.
한 달에 한 번 학교를 가서는 1년에 10번도 못 가게 된다.
지난 겨울방학 때, TV에서 보았던 그 풋풋한 여대생들의 모습을 상기해낸다.
자. 학교에 가자. 불끈! --;

그리고 4월에는,
옛 사람들을 좀 만나보고 싶다.
문득 예전 가까웠던 아이가 생각 나 그의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
URL이 기억도 나지 않는 데다가 그렇다고 어디에 적어둔 것도 아니라서 헤매었지만
운 좋게 그 애의 친구 홈페이지를 찾아 참 오랜만에 들어가 봤다.

이제 막 복학을 했나 보다. 여전히 다소 시니컬하면서도 건강하게 잘 살고 있나 보다.
나는 그런 정도의 잘못은 무수히 했으면서도
이상스레 그 아이에게만은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 남아있다.

그렇지만 그 아이와 나는 충분히 친하지 못했다.
곧 나는 그 아이에게 편안하게 전화를 걸어 이미 지나간 일을 사과할 만한 위치가 아니다.
그런 정도의 미안함은 한 번 만나서 깨끗하게 사과하고 풀어낸 자신이 있지만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다.
세상은 나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법이고, 오히려 시간 속에 그냥 잊혀져 가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

4월에는,
커피 대신에 녹차를 마셔야겠다고 결심했으면서도
이내 생각이 바꿔버린다.
나는 커피도 많이 마신다.
한 번 마실 때 인스턴트커피 3봉씩, 이른바 사발커피를 마시며,
그것을 하루에 3-4번은 마신다.
내 주식은 담배와 커피다.

아. 멋있다.
담배와 커피를 주식으로 살아가는 한 마리 회색빛 도시의 섹시가이.
아. 멋있다. --;

아직 안 미쳤으니 괜한 걱정 말기를. --+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273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diary/489
Trackback: https://achor.net/tb/diary/489
RSS: https://achor.net/rss/diary

Share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Login first to reply...

Tag
- 4월: 4월은... (2005-04-29 03:49:35)- 만우절: (아처) 떠나는 자, 마지막 글 (1997-04-01 06:52:00)

- 만우절: 4월1일의 오후 (2003-04-01 12:55:13)- 4월: 마지막 CHP (2016-09-20 01:38:15)

- 4월: 유통기한 (2009-04-12 14:25:06)- 4월: 윤중로 (2009-04-12 13:26:23)

- 만우절: 만우절 (2009-04-02 03:14:48)



     
Total Article: 1963, Total Page: 273
Sun Mon Tue Wed Thu Fri Sat
  1
4월에는...
2
핸드폰을 바꿨.. [1]
3 4
스캐너를 선물.. [1]
5
199802 칼사사 겨울..
200106 정동진
1998 어느날 군.. [2]
1998 어느날 군바리..
1998 어느날 군바리..
199804 야혼과 용팔..
199804 고독한 군바..
1998 아쿠아디지오
199606 연세대 들판..
199608 칼사사 첫.. [1]
199608 칼사사 첫.. [1]
199608 칼사사 첫 엠..
199608 칼사사 첫 엠..
6
7
199701 칼사사 겨.. [1]
199710 칼사사 가을..
199710 칼사사 가을..
199711 아처제국
199711 성균관대학..
199802 칼사사 겨.. [1]
199802 칼사사 겨울..
199802 칼사사 겨울..
199804 유명한 삼형..
199804 공중부양
199806 용유도에서..
199807 칼사사 여름..
199807 칼사사 여름..
199807 칼사사 여름..
199807 칼사사 여름..
199807 칼사사 여름..
8
스포츠정신 [1]
9 10
199902 대학로에.. [2]
199903 칼사사 겨울..
199908 칼사사 여름..
199908 칼사사 여름..
199908 칼사사 여름..
199908 칼사사 여름..
199908 칼사사 여름..
11 12
200005 잡투데이 웹..
200008 칼사사 여름..
200008 칼사사 여름..
200008 칼사사 여름..
200008 칼사사 여름..
200008 칼사사 여름..
대선 후보 [1]
13
14 15 16 17
스타대전
18 19
비디오가 생겼습..
20
21 22 23
bacardi ron 8 anos
yahon die! [2]
24
200103 성훈, 용민..
200106 정동진
200112 성훈 형 결혼..
25 26 27
28 29
비오는 오후 [1]
나는 이상적인.. [1]
30
(아처) 문화일기 17..
새봄이의 요리솜..
영웅 [3]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Poll
Only one, 주식 or 코인?

주식
코인

| Vote | Result |
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