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3일 새벽 3시의 사랑 (2003-06-02)

1.
옛 여자친구가 문득 떠올랐다.
81년생 99학번 여자아이.

궁합도 안 본다는 4살 차이만을 강조하며 활짝 웃던 그녀가
그 시절에는 그토록 어려보이기만 했는데

그녀는 어느새 나보다 먼저 대학을 졸업하곤 사회인이 되어있을 지도 모르겠다.



2.
학교에서 4학년이라 이제 미팅도 안 들어온다며 불평하는 옆 자리 여학생도,
아주 성숙한 모습으로 조리있게 이야기 하는 고학번 여자 아이도,
00학번, 곧 그녀보다 더 어리다는 사실을 감지할 때면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무슨 얘기를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 지 몰라 당황했던 그 살아온 시간의 차이가
이제는 이토록 별 것 아니게 될 줄이야.



3.
내가 이제 와서 그녀와 비슷한 나이의 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면
그것은 과연 정당하며, 완벽한 사랑일 수 있을까.

인간을 인간으로서 평가를 할 때
현재,라는 절대적인 시간의 제약을 벗어나는 것은 결국 불가능한 이야기란 말이던가.

내가 2003년 6월 3일 새벽 3시에 사랑하고 있는 한 여자가
1999년 6월 3일 새벽 3시에는 유치하게만 느껴졌던 아이고,
2007년 6월 3일 새벽 3시에는 아줌마 정신으로 무장된 전형적인 아줌마라면
그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정령 정당하며, 완벽할 수 있을까.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84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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