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의 그 하얀 망상에 검은 저주를 뿌려주마 (2003-06-04)

작성자  
   achor ( Hit: 2714 Vote: 13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1.
요즘 가장 대중적인 담배가 뭔지 요 며칠 내내 고민했었다.
과거 거북선, 솔, 88, 디스 등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주도적인 개체가 있던 것과 달리
요즘은 국내외 담배의 만연으로 과거와 같은 획일성은 없어 보인다.

언젠가 나는 '담배의 세계'를 연재할 만큼 다양한 담배 소비욕이 있긴 했지만
디스에 정착한 이후 고품격 담배들이 등장한 아직까지도 변함 없다.

여하튼 무엇이든 간에 선택이 다양해졌다는 사실은 좋은 일이다.



2.
그러나 KT&G의 그러한 노력과는 상관 없이
세상은 반연 열기로 후끈하다.

담배 피우지 않는 사무실부터 시작하여 담배 없는 거리, 담배값 인상 등
마치 흡연자들은 원죄라고 지니고 있었던지 세상의 각종 규제와 철폐를 떠안아야 하게 됐다.

그리하여 요즘은
참다 못한 흡연가들이 반발하려는 태세다.



3.
갈수록 거리에서 담배를 피는 것에 저항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것은 너무나도 사회적인 일이다.

과거 지하철 노약자석이 있든 말든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끊임 없는 사회운동으로 이제는 노약자석에 앉아있는 비노약자들을 미개하게 보듯이

점점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고 있다.

좋다. 혐연자들의 승리를 인정하마.



4.
흡연자들은 대개
국민사회진흥을 위해 바쳐지는 세금일 것이 분명한 담배값에 자기 돈을 지불하여 정당하게 흡연하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실에 주변인들에게 미안해 하고 있다.
TV와 신문에서 항상 떠들어 대는 간접 흡연의 피해를 인지하기 때문이리라.

언론인들은 기본적으로 무지몽매한 국민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기에
그러한 그들의 의도에 부합해 주는 인간들,
이른바 간접 흡연의 피해를 너무나도 깊게 인식하는 인간들도 멍청해 보이긴 마찬가지이지만
어쨌든 원치 않는 사람에게 주변 공기를 오염시킴으로써 피해를 주는 게 잘못 됐다는 건 알겠다.



5.
이에 대한 반론은 딴지일보 등
소위 어떻게 해서든지 다르게 생각해 보려 하거나 딴지를 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이미 많이 해놨으니
그것을 굳이 내 입으로 말하지는 않으련다.

단지 내가 싫은 것은
세상이 자꾸 건실하게만 가려 하는 점이다.
그토록 밝고, 명랑한 사회만을 갈망하는 그들의 웃음이 역겹다.

좀 어둡고, 우울하며, 음침하다고 뭐가 잘못됐단 말인가.

나는 사회질서나 국민생활증대 등의 복지국가 건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마치 세상을 온통 모범생들의 집합체로만 만들어 가려는 그 음모에 짜증이 날 뿐이다.

너희.
우리를 개도하고 싶어 발정난 개처럼 안달 나 있는 자들이여,
좆까라.
너희의 그 하얀 망상에 검은 저주를 뿌려주마.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770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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