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방식 (2003-06-13)

1.
요즘 가장 대중적인 담배가 뭔지 요 며칠 내내 고민했었다.
과거 거북선, 솔, 88, 디스 등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주도적인 개체가 있던 것과 달리
요즘은 국내외 담배의 만연으로 과거와 같은 획일성은 없어 보인다.

언젠가 나는 '담배의 세계'를 연재할 만큼 다양한 담배 소비욕이 있긴 했지만
디스에 정착한 이후 고품격 담배들이 등장한 아직까지도 변함 없다.

여하튼 무엇이든 간에 선택이 다양해졌다는 사실은 좋은 일이다.



2.
1990년대 후반, 나는 정말로 다양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독특한 담배를 팔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면 그곳이 아무리 멀더라도 찾아갔었고,
또 종종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는 담배를 들여오곤 했던 단골 담뱃집이 두 곳이나 있을 정도였다.



3.
그런 내가 결국 선택한 것은 '디스'다.

당시에는 가장 흔한 담배였고, 또 동시에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담배였다.
특이하고 생경한 담배를 피워오던 내가
가장 일반적인 담배에 정착했다는 것은 사실 좀 의외의 부분이긴 하다.



4.
'디스'를 선택한 이후 나의 외도는 없다.

여전히 형님이나 외국을 다녀온 친구들은 내가 다양한 담배를 모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 나라의 독특한 담배를 사와 선물해 주기도 하지만
그것은 이제 수집의 의미밖에 남아있지 않다.

나는 그런 새로 접한 담배를 한 두 대 피워보며 맛을 음미해 보긴 하지만
어쨌든 주종은 변함 없이 '디스'라는 의미이다.



5.
몇 년이란 시간을 거쳐 나는 '디스'라는 궁극적인 하나를 선택하였고,
그것에 대한 애정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또한 아무리 더 좋은 담배가 나와도 변함 없다.

그것이 내 사랑의 방식이라 생각한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83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diary/859
Trackback: https://achor.net/tb/diary/859
RSS: https://achor.net/rss/diary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