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의 사랑 (2005-01-11)

작성자  
   achor ( Hit: 1432 Vote: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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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1.
우선 전제해야 할 한 가지는
나이 서른이 다 되어 가는 내가 아직까지 효리의 환상에 빠져 있을 리는 만무하다는 사실이다.
핑클의 그녀들이 한때 뭇 남성들 가슴 속의 요정이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고,
그것은 나에게도 통용되는 진실이긴 하지만
그러나 역시 이미 과거의 일일 뿐이다.

굳이 따지자면 요즘의 나는
효리보다는 한가인이다. --;



2.
어제 유자차 한 잔 마시며 채널을 돌리고 있을 때
TV 속에 핑클의 네 멤버가 모두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SBS TV의 야심만만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속에서 효리는 담담하게 자신의 연애담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화려하기 보다는 어쩐지 안스런 느낌마저 줄 정도였던 것이다.

효리 또한 그렇게 남자에 가슴 아파하고,
또 누구나처럼 사랑을 한다는 사실이 이상하리만치 어색하게 느껴져 왔다.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녀 역시 똑같은 인간으로서 그렇고 그런 인간의 사랑을 할 것이 당연함에도
앞서 말했듯 한때 우리 남성들 속에서 요정으로 군림했던 그녀였기에
이성의 힘은 절대적일 수 없었던 것이다.

효리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그녀의 남친은
효리를 좋게 말하면 편하게, 나쁘게 말하면 막 대하는 듯 하였는데
그것은 이미 친해질 대로 친해진 연인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나는 효리 또한 막 대해짐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며
그녀를 처음으로 요정이 아닌 그저 한 사람으로서 바라볼 수 있었다.



3.
프로그램을 다 보고 난 후
나는 효리를 막 대할 수 있었던 그 남친이 누군지 궁금하여
인터넷을 통해 각종 풍문들을 찾아봤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풍문 속의 남성들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었다.

즉 내가 효리와 연애를 하기 위해서 1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내 자신의 출중한 외모보다도
효리와 같은 문화 속에 속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효리가 속해 있는 연예계에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무기 중 한 가지가
다름 아닌 출중한 외모일 수도 있긴 하겠지만
어쨌든 그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효리를 쉽게 만날 수 있고,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같은 문화 속에 속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보다 조금 못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와 비슷한 외모를 갖고 있고,
그녀와 비슷한 성격에 그녀와 비슷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 여성은
내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주변의 여자와 연애하는 것이 난공불락은 아닐 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효리는,
현재의 내게 있어서 난공불락임은 자명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만날 기회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겠고.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문화 속에 속해 있느냐의 문제였던 것이다.

비슷비슷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많고,
특정 스타일의 인간형은 어떤 문화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효리 스타일을 종아한다고 했을 때
내가 효리와 같은 문화 속에 있지 않는 한
나는 내 문화 속에서 효리와 비슷한 인간형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4.
이 사실은 내가 열심히 일을 해야한다는 커다란 이유가 됐다. --;

내 자신이 좋은 문화 속에 있을 때
나의 상대방도 좋은 문화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결론이기에.

많은 여성들이 갖고 있는 신데렐라적 환상은
결국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뛰어 넘어
우연찮은 기회에 보다 나은 문화의 남성을 만나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겠다.
우리 나라의 많은 드라마 또한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한 사랑을 주제로 다루고 있어 보이고.

그렇지만 결심을 한 후
이내 의심스러워졌다.

과연 좋은 문화란 무엇이고,
또한 무엇이 그것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을지.

효리 스타일을 좋아하는 내가 설령 진짜 효리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해도
그녀가 연예계가 갖고 있을 지도 모르는
좀 이기적이고, 좀 공주틱하며, 좀 난잡한 사생활의 소유자라면
그것을 정령 좋은 문화라 부를 수 있을련지.
현재의 내 문화 속에서 만난 효리 스타일의 여자보다 과연 낫다고 말할 수 있을련지.

다만 분명한 한 가지는.
한가인과 사랑하고 싶다면,
한가인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어떻게든 분명한 것 같다. --;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23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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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렵냐2005-01-19 10:52:08
마려운게로구나. http://cal44.zasol.org/acboard/upload/c44_free/eee.zip

 sakima2005-03-11 22:30:55
문화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해서 고민할 필요는 전혀없어. 고민한다는것 자체가 시간낭비야
그보다는 네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노력을 하는편이 훨씬 건설적이야.
니가 노력해서 스스로 만들어놓은 네 문화야 말로 네가 꿈에 그리던 '좋은' 문화 아니겠니?
니 노력의 바탕위에 만나게되는 네 문화의 여인이야 말로 너의 천생연분이겠구나.
그러니 내 게으름은 과연 어디서 왔느냐..? 하는 고민은 그만두고 노력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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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