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456789 (2004-10-19)

Writer  
   achor ( Hit: 1228 Vote: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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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D      개인

1.
오늘은 용산에서 일이 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게으른 내게
용산을 가야만 한다는 압박은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었고,
나는 하루 종일 어떡하면 가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결국은 오후 늦게 사무실을 나선다.

대충대충 옷을 주워 입곤,
멤버들에게 묻는다.

-세수 하고 갈까, 그냥 갈까?

멤버들은 모두들
그냥 가라고 답해 준다. --;

그래도 내 사회적인 위치와 지위를 고려하여, --;
적당히 면도는 해준다.

오해는 마라.
내가 평소에도 더렵고 불결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
그저 오늘의 일일 뿐.



2.
다행히도 용산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
사무실 앞에서 그걸 탔더니만
중간에 버스가 고장나 버린다. --;

지난 밤 용민은 전화를 걸어
자신이 꿈을 꾸었는데 그 꿈을 해몽해 보니 내가 조만간 대통할 운이라고 하던데
대통은 커녕 더럽게 운 없음이다.

가뜩이나 늦게 출발하여 시간이 간당간당한 가운데
버스는 고장나고,
택시라도 잡아타고 가려 했건만
버스운전수는 길 한 가운데라는 이유로 내리지도 못하고 하고.
진퇴양란이다. --;



3.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용산에 도착하여 이것저것 일을 처리하고 있을 때
그 때서야 문자가 하나 와 있다는 걸 발견한다.

시간을 보아하니
아마도 내가 신림동 사무실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보냈던 문자인가 보다.



-정류장에서있는거봤음당~깜딱놀람~ㅋ여전하시네~~^^



킁.
발신자 번호는 123456789다.
이런 미친. 누가 장난을 치는 거야!



4.
나는 누가 보냈을까 추측을 해본다.
미친,이라고 말은 했지만 역시나 궁금한 일이다.

일단 정류장이라는 말을 보면 신림동쪽일 것이니 신림동을 왕래하는 사람일 것이고,
여전하다는 말을 보면 나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이일 것이다.
또한 존칭을 쓰고 있는 걸로 봤을 때 나보다 나이가 어릴 가능성이 높겠고,
굳이 자신을 숨기려 하는 걸 보면 나와 므흣한 사이였을 가능성도 높겠다.

일단 사귀었던 여성 중 나보다 나이 어렸던 이를 떠올려본다.
연하를 사귄 적은 별로 없으니 후보가 꼽혀진다.

윽.
이내 세수하지 말고 나가라던 멤버들이 원망스러워진다. --;
하필이면 이럴 때 스쳐 지나칠 게 뭐람. ㅠ.ㅠ



5.
거리에서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던 세렌디피티,는 여전히 내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영화이다.

나는 아직
언젠가 만나야할 운명이라면
결국은 만나게 될 거란 꿈을 꾸고 있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33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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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4567892004-10-23 00:00:13
역시 글로 남기셨네ㅋ
후보가 꼽혀진다고해도 나라고는 생각 못하겠져??워낙 많으니까ㅡㅡ;ㅋ 요즘 모하구사나하구 아처님홈피 들어왔다가 예전에 나를두고 쓴글이라고 생각했던 글에 어떤분이 또 저같은 생각을 하고 쓴리플을 보고 이런 X같은인간!$%^&*(%#욕하다가 결국엔 점잖게 리플하다 달구 나왔져ㅋ
근데 그담날버스맨뒷자리에서 친구랑 통화하면서 가는데 정류장에 서있는거보구 진짜 완전놀랬어여~평생 안볼줄 알았는데 그렇게 우연찮게 보니까 잼있기도했구..예전엔 손잡고 걸어다녔는데 이젠 보고도 모른척 지나가니까 쫌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구.. 또 그냥 혼자 서있는게 좀 안되보이기도 하고.. 저사람 뭐가 좋다고 그렇게 빠졌었나하고 순진했던때 생각하니까 우습기도하고ㅋㅋ 그냥 그때 버스타고 가는곳이 예쁘고 착한여자친구 만나러 가는길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여...용산가는길이었군여ㅋ 아는척하고 싶었는데 요즘 제가 완전 개폭탄이라 그럴수가 없었어여 ㅋㄷㅋㄷ
그럼..지금하시는일 잘되길 바라구여~친구분들도 결혼하는거 같은데..아처님도 좋은분과 언넝 결혼하시구여 히히~~
또 놀러올께요~~~~^__________________^

 achor2004-10-23 15:43:40
워낙 많지 않기에 너라고 생각하고 있단다. --;
내 비록 외롭고 쓸쓸하게 살아가고 있다만 그렇다고 안 돼 보인다며 동정할 필요는 없어. ㅠ.ㅠ
그간의 내 잘못을 뉘우치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네 행복을 빌어주마. 훌쩍.
또한 끝으로 한 가지. 나는 말이지 충분히 좋아할 만한 사람이고, 모름지기 빠져들만한 사람이란다. 흥. -__-;

 1234567892004-10-27 20:08:21
그럼여..아처님 넘치게 매력적인 분이에여~^__________^
근데 아직도 나를 잘못짚거나 넘겨짚는다는 생각이 키키~~
요즘 별로 글이 없네염...
바쁘다는 뜻이겠져...
남자의 모습중에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워요~~
열심히~성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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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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