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의 첫 글 (2007-03-19)

작성자  
   achor ( Hit: 705 Vote: 4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1.
그녀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할 지 몰라 두렵다고 말했다.

술에 취한다거나 혹은 마약을 먹었다거나
심지어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상태까지도 위험하다.
이미 현대인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우울증, 조울증은 말할 것도 없다.

정상스러운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일은
항상 너무도 위험하다.


물론 우리 사회가 술에 취해 실수할 수도 있지, 하며
술에 다소간 관대한 면이 있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나쁘지 않은 문화라고는 보고도 있긴 하지만

그 행위 당사자에 대한 관용은 차치하더라도
그 정상스럽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일탈의 행위 자체가
사회적으론 비도덕적으로, 개인적으론 비양심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해 보인다.


나는 사실 두렵다.
내 나이가 흘러갈수록
나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의 순간적인 일탈의 정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가는 것 같기만 하다.

뉴스를 통한 반인륜적인 사건은 사람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주기도 했지만
그런 사건들에 내성 또한 갖게 했다.
이미 쌓이고 쌓여온 뉴스 속에서의 사건들은
단순히 어떻게 그런 짓을, 이라는 놀라움을 넘어서서
현대인, 한 개인의 머리 속에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아 연상할 수 있는 지경까지 와 있다.


충실한 가정에서의 본보기와 착실한 학교에서의 교육 속에서 성장한 나조차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내게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정말이지 두렵다.
이 정신적으로 불완전한 현대인들이
무슨 짓을 어찌 펼쳐낼 지.

내가 무슨 짓을 할 지 두렵다.



2.
완벽한 사랑은 그 정점에서 타의에 의해 깨어졌을 때만이 가능한 일이라는
마광수의 주장에 동조했던 건 고등학생 시절 때의 일이다.
10년도 훨씬 넘은 일.

이미 31.
진정한 사랑을 해봤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자신 없지만
어쨌든 사랑 따위는 이미 넌덜머리가 날 정도로 빠삭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 겨울,
고등학교 동창 녀석의 결혼식이 끝난 후 단체로 나이트에 몰려가 부킹을 한 적이 있고,
그 때 만난 그녀는
내가 나이트에서 만나고 난 후 시간이 충분히 흐른 후에 연락을 해본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내가 왜 그녀에게,
나이트에서 만났던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전화를 했는 지 확실히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전화를 걸었었다.


알고 있다는 것과 행동한다는 것은 역시 별개의 문제라는 걸 새삼 느낀다.
사랑에 오만하지 말지어니.



3.
오랜만이다. 이 다이어리.
한때는 내 최고의 보물이었던 다이어리가 거의 완전히 잊혀졌던 까닭은 나도 모르겠다.

그저 너무 바빴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는데,
뭘 하느라 바빴냐고 다시 묻는다면 역시 할 말이 없다.

그냥 말 그대로 일상적이었는데
일상적이라는 말이 오히려 모호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일상적이란 말은 정체되었다는 말과 다름 없는 느낌인데,
여전히 너무도 만족스러운 내 일상을 깨기에 나는 용기가 부족한 듯 싶다.

아무튼 그럭저럭 행복하다.
행복한 현재 속에 미래가 없을 뿐.

- achor


본문 내용은 6,48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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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livesup2007-03-21 01:26:42
네 다이어리를 나도 거의 완전히 잊을 뻔 했다. 너의 첫굴을 보니 반갑군.

 Keqi2007-03-21 12:29:52
여의도로 온 지 한 달. 조금은 정신없고, 또 조금은 취하는 듯,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할 이야기는 무쟈게 많지만, 아무래도 얼굴보고 하는 게 좋겠구나.

그리고, 글 좀 자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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