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폿집 토크 (2007-12-02)

작성자  
   achor ( Hit: 2785 Vote: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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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1.
1장의 티켓밖에 없어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의 결승전이나 다름 없을
한국과 일본의 국가대표 야구경기가 방송되던 그 순간,
KBS1TV에서는 아주 매혹적인 정치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 중이었다.

사실 이번 대선은 지지하던 유시민이 당내 경선에서 떨어진 탓과
그가 지지를 선언한 정동영이란 인물이 내겐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탓에
내 삶의 역대 대선 중 가장 무관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는 있었지만,

아쉬운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스포츠 대신 정치를 택한다.


KBS스페셜 대선기획
대/폿/집/토/크

4인의 정객(政客),
시대를 토(吐)하다



이른바 양대 키워드인 김경준과 김용철 혹은 BBK와 삼성비자금으로 요약되는 올해 대선,

양대 비리 사건을 중심으로 각 정파가 나름의 전선을 펼치고 있지만

비리사건을 다툼하는 대선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 온도는 그리 높지 않은 듯하다.


KBS 스페셜은

답답한 정치 현실을 진단하고 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정치 당사자인 정치인 자신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대선 캠페인이 한창인 11월 29일 저녁, 각 정당을 대표하는 정객(政客) 4인을 상대로

국회가 아닌, 방송국의 TV 토론 프로그램 스튜디오가 아닌,

서민들이 즐겨 찾는 선술집에서의 만남을 제안했다.


“우리 사회는 어떤 과제를 갖고 있는 사회인가?

그 과제를 해결하는데 정치계는 어떤 답을 갖고 있는가?

이번 대선은 우리 사회의 과제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해법을 모색하는 장으로서

잘 조직되어 있는가?“


필사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대선 개막 첫 주, 선거에 가장 깊숙이 참여해 골몰해 있을 법한 각 캠프의 정객들에게, 한 호흡 멈추어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해 대화할 것을 제안했다.


상호 비방과 속 보이는 선거운동만 아니라면 좋겠다는 단 두 가지 조건만 내 건

주제 제한 없는 정치토론. 우리는 그들의 속내를 듣고 싶었다.

서민요리와 소주를 앞에 두고 한 자리에 둘러앉은 그들이 ‘계급장 떼고’ 들려줄 고민과 애환, 정치계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출연>

유시민 / 통합신당 대통합위원장

홍준표 / 한나라당 클린 정치 위원장

노회찬 / 민주노동당 선대위원장

정범구 / 창조한국당 선대본부장


<진행>

조영남

17대 대선 D-20, 11월 29일 저녁, 서울 시내의 한 선술집.

대통령 선거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이들의 진심이 녹아 있는 대화를 통해

대통령 선거를 주시하고 있는 유권자에게 필요한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본다.



녹화예정 : 11월 29일 목요일 밤 8시, 시내 선술집

방송예정 : 12월 2일 일요일 밤 8시(60분간) KBS1

담 당 :

황진성 피디 , 조정훈 피디




2.
계급장 뗀 논객으로 참여한 4명의 인물은
다들 매력적인 정치인이었다.

방송을 보며,
실제로 이번 대선에 저렇게 4명의 사람이 후보로 나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내내 했다.



3.
유시민의 소위 말빨은 역시, 단연 돋보였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그의 말이 감명 깊다.
이번 대선은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여야가 바뀔 것은 거의 확정적인데
그렇다 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줄 아는 건 용기이다.

그것이 바로 진인사대천명이오, 역지사지이다.
지난 10년간 최선을 다해 왔고, 그리고 국민의 심판을 통해 실정을 한다면
그걸로 된 거다.

국민의 입장에서 너희의 최선도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다른 대안을 찾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그 대안이 다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음 대선에서 또 바꾸면 되는 것이다.

물론 정치시스템을 보완하여 매번 실망하는 일을 줄여가야겠지만.


노회찬의 솔직함 역시 매력적이다.

잘못을 했다면, 솔직하게 고백하고 당당히 그 죄값을 치루면 되는 것이다.
그걸 감추고, 숨기려고 한다면 결국은 문제가 된다.

많은 정치인들이 스스로의 과실을 숨기려고만 할 때
분명 노회찬은 먼저 실수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며,
그리고 다시는 그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이 또한 용기이다.

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오픈소스 프로그램들도 어떤 면에선 이와 비슷할 듯 싶은데
프로그램의 오픈소스화를 가장 주저하게 만드는 것은 2가지라고 본다.

그 하나가 자신의 이윤취득을 위해서라면
다른 하나는 프로그램의 미완 탓일 것이다.

소스가 공개돼 있다면 프로그램의 약점이 그대로 노출될 것이고,
그것은 단기적으로 자신에게 치명적인 독으로 되돌아 올 것이 분명하다.
물론 장기적으론 그런 결점들이 보완되어 더 큰 득이 되겠지만.

문제는 그 과정까지의 번거로움이라고나 할까...


홍준표는 원래 그닥 좋아하지 않았으니 패스하자.
다만 오늘 선술집 토론에선 그래도 여유 있는 모습은 보기 좋더라.


정범구는 오늘 토론의 패배자였다.
말하는 것보다 들어줄 줄 아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는 걸 망각했을 뿐더러
혼자 치열했다, 여유롭게 행동했어야 하는 자리임에도.



4.
이번 대선은 내게 있어서 어려운 일이다.

친구 생일이라 손에 돈은 가득 쥐고 백화점을 찾았지만
아무 것도 살 상품이 없고, 그럼에도 하나는 반드시 골라야 하는...

선택에 있어서 인물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물만큼 중요할 다른 요소들도 많으니
정당이나 정책, 그리고 비록 사표가 되더라도 미래를 생각하며 한 표를 행사해야겠다.

12월 19일에 부천까지 가서 투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극복해 낼 수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 -__-;

- achor


본문 내용은 6,21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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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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