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은희경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가 너무나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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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이런저런 기억들이 적당히 헝클어져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다.
Scene #1. 서점
우리는 문학에 빠져있었다.
그러기에 대개의 약속장소는 종로서적이나 영풍문고일 적이 많았고,
이후 종로3가의 허름한 술집에서 술 한 잔 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 시절의 종로는 전통과 젊음이 공존하는 낭만적인 곳이었다.
어느 서점에선가, 이런저런 소설책을 둘러보며 이야기 나눈다.
그녀는 은희경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극찬했고,
나는 실제로 읽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이미 알고 있는 스토리와 전문가들의 비평에 기대어
소설의 트라비알을 비난한다.
그렇지만 후에 책을 읽곤 깨닫는다.
사실 그 비난은 그녀가 트라비알에 관심을 갖는 데 대한 소심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Scene #2. 서점
그녀를 처음 본 건 문학모임에서 였다.
아직은 완벽히 순수한 대학 초년생.
시간은 흘러갔고,
우리는 가까워 졌으나 멀어졌다.
그리고 한참 더 시간이 흐르고
교보문고를 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며
그녀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Scene #3. 서점
동진은 서점에서 근무 중이다.
이혼을 한 사이지만 그녀는 간혹 서점을 찾곤 했다.
서점은 그들의 풋풋한 사랑이 시작했던 공간이었다.
처음, 손님과 점원의 관계로 시작됐지만
부부가 됐고, 그리고 다시 남남이 됐다.
산다는 건
기억을 만들어 가는 것.
기억이란.. 늘 제멋대로다.
초등학교 5학년 문집속에서 본 나의 꿈은 타인의 꿈처럼 생소하다.
그 글을 쓴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같을까?
기억이란.. 늘 제멋대로다.
지난 날의 보잘것없는 일상까지도
기억이란 필터를 거치고 나면 흐뭇해진다.
기억이란.. 늘 제멋대로여서
지금의 나를, 미래의 내가 제대로 알리 없다.
먼 훗날 나는...
이때에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스토리나 플롯은 잘 기억이 나질 않으면서도
이상스레 다시 읽고 싶다.
그 제목이 갖는 시기적 동질감 때문인지,
혹은 연관된 이런저런 추억들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2005년 10월 9일, 서점에서 발길을 돌리며 생각했던 것처럼,
다음에 서점을 찾는다면
책을 구해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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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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