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 (200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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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863 Vote: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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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이번 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봤었는데
여지 없다.
하필이면 화요일과 수요일. 내가 유이하게 학교 가는 날. --+

우산을 두 개 갖고 있었는데 둘 다 제대로 된 우산이 아니다.
하나를 친구 빌려주면서 다시 갖고 올 때는 고쳐서 오라고 한다.
망가진 우산을 쓰고 화, 수.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갔다.

다이어리를 쓰던 언젠가는
하루라도 약속이 없으면 그 날을 어떻게 보내야할 지 모르기도 했었다.
거의 대개 누굴 만나 술이나 마시는 약속이면서도
나는 내 하루하루가 이미 약속 잡혀 있기를 바랬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요즘 나는
약속이라는 게 부담처럼 느껴진다.
일에 관련된 것이나 친구들을 만나는 일, 심지어 화, 수. 학교에 가는 것조차도 나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 내가 어디로 나가야하는 일은 참으로 귀찮은 일이다.

그런 내게 있어서 비오는 날, 잘 하지도 못하는 공부 때문에 학교에 가는 일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정말 싫어하는 일이다.
외출하는 게 싫고, 비오는 날 외출하는 건 더 싫고, 학교가려고 비오는 날 외출하는 건 더 싫다.
그럼에도 나는 화, 수. 모두 학교에 갔다 온 것이다.
참으로 대견한 일. --;

공부하러 가는 과정까지는 힘들고 어려운 자신과의 싸움인 반면
수업은 잘 따라가지 못하면서도 재미있는 편이다.
내게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인데, 나는 경제학을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다.
나는 그저 우연한 기회에 다른 쪽 일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도 하고는 있지만
내 오랜 전통의 꿈은 장사하는 것이다.

외환금융론을 들으면 학창시절 꿈꾸었던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기도 하고,
산업조직론을 들으면 혁신적인 우량 기업을 키워보고도 싶어진다.
나는 경제학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한다.

수업은 밤 10시나 11시가 되어야 끝나게 된다.
터벅터벅 혼자 내려오는 교정은 갑자기 차가워진 바람만큼 쓸쓸한 느낌이 난다.

정말이지, 비가 온 이후로 꽤 추워진 느낌이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나는 항상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찬물로 샤워하는 것에 끄덕 없었는데
이제는 긴바지에 무조건 뜨거운 물이다.
계절이 바뀔 때에는 비가 온다고 여신으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다.

밤에는 영철이 형이 느닷없이 들이닥쳤다.
오랜만이었다. 함께 N Project를 진행했었던 한국 노트북계의 1인자!
라면에 君酒 한 잔 하고 새벽에 형은 돌아갔다.

어서 비가 좀 그쳤으면 좋겠다.
비 오는 건 유쾌하지 않다.
추위를 원체 좋아하지 않는 데에다가 겨울나기는 여름나기보다 어렵다.
추위가 오기 전에 밀린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한 번쯤 해놔야할 텐데...

비가 그치고 난 후 다가올 지도 모르는 추위가 나는 싫다.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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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