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 (2001-10-31)

작성자  
   achor ( Hit: 759 Vote: 3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학교에서 외환시장론 시험을 마치고 터벅터벅 홀로 교정을 내려오고 있을 때
전화가 한 통 왔다.
전화는 오늘이 10월의 마지막 날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군. 오늘이 10월의 마지막 날이로군.

그렇지만 예외는 있을 수 없다.
오늘 역시 아침 일찍 잠들어 오후 3시쯤 일어나
이번에는 내가 yahon의 중간고사 대체 리포트를 조금 손봐준 후
허겁지겁 등교하여 용팔을 만나 약간 강의를 들곤
시험 보고, 수업 듣고.
그런 평소의 일상이 반복되었을 뿐이다.

용팔은 오늘로써 시험이 끝이라고 수업 끝나면 술 한 잔 하자 했지만,
태교는 전화 걸어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했지만,
시간도 늦었거니와 요즘 내 삶의 모습이 워낙 말이 아닌지라
누굴 만날 그런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지도 않으면서 삶이 참 정신 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항상 빨래를 해야지 하면서도 언제나 쌓여만 있는 저 빨래들.
밖의 거리보다 더 더러운 사무실의 바닥이 웬일인지 만족스럽지 못하게 느껴진다.

너무 어지럽게 흐트러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이 바로 조금 정리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지 모르겠다.

돌아와 라면을 먹으며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사는 내가 대견했고,
담배를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못내 자신이 없는 나를 느꼈다.

일단은 그냥 살자.
조금만 더 기다리자. 조금 더 기다리다 보면 여유가 생길 것이고,
그 때 하나하나 정리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삶이 흐트러져 있으니 결국 아무 것도 잘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일은 일대로, 학교생활은 학교생활대로.

요즘 신기한 건 이상하게도 일이 끊임없이 들어온다는 것.
메일을 확인하는 게 두려울 정도로 요즘은 일이 계속 들어온다.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음에도.
그건 분명 좋은 일이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자. 이제 내가 태어난 11월의 한 달이 시작된다.
이번 달엔 조금 더 잘 해봐야지! ^^*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410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diary/412
Trackback: https://achor.net/tb/diary/412
RSS: https://achor.net/rss/diary

Share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Login first to reply...

Tag


     
Total Article: 1957, Total Page: 272
Sun Mon Tue Wed Thu Fri Sat
  1
추석
2
상경
목동사거리
3
yami 떠나는 날
4
PC for work
Zeit2000
5
Start C#
더블데크 가동
6
YWCA 마루
7
성아 결혼식
메뉴 개편
혼인 미사
8
酒死
9
작은창이야기
위급할 때는 아처..
10
11
(아처) 문화일기 17..
탈랜트 오다!
12
청소
전자신문 정기총..
13
오징어부침개
 오늘의cooking쑈
14
자서전 메뉴 추가
생리대
15
아처판 소코반
16
아처판 사랑의 짝..
운명의 동전
17
18
오징어볶음
19
부모님집
20
2000년의 기억
21
비정한 동전
양아 결혼식
22
나를 괴롭히는 것..
23
첫 중간고사
24
Coming Soon!
대림퀸카
25
오늘의 저녁 요리
26
앗! 시험!
27

손님
28
일요일 신림동
29
No
30
노예모집
영화보는 날
31
10월의 마지막 날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Poll
Only one, 주식 or 코인?

주식
코인

| Vote | Result |
  Tags

Tag  

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