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200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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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878 Vot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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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저녁 식사를 한 곳은 예전 내가 학원강사로 일했던 학원 근처였다.
식사를 마친 후
어떻게 변해 있을 지 궁금한 옛 학원으로 향한다.

그대로다.
가끔 찾았던 피자집도, 중국집도, 아주 맛있었던 닭꼬치 가게도...
담배살 때 내게 신분증을 요구했던 그 지하 슈퍼도 건재하고,
아이들과 함께 했던 그 만화방, PC방도 여전하다.
모두들 그 모습, 그대로다.

그러나 학원만은 이미 고시원으로 바꿔 있었다.
학원이 처음 생기던 시절부터 망하는 순간까지 모두 함께 했으니 나의 느낌도 특별하다.
섹시한 중학생들과 귀여운 고등학생들, 만화책을 좋아하시던 원장선생님과 차분했던 동료 선생님...
학원강사를 한답시고 선영이와 정장을 구하러 다녔던 명동거리도,
해답을 펴놓고 답 암기하는 데 급급했던 강의 준비의 기억도...
주마등처럼 내 뇌리를 스친다.

나는 오랫만에 선영이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이제는 좀 건강해졌냐고, 요즘 사는 건 어떠냐고.
그녀는 아직 아픈가 보다.
밝은 목소리 한편에 아픔이 묻어나온다.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걸 실감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학원은 변했고, 선영이는 아파했다.

앞으로도 내 주변의 많은 것들은 변하리라.
뭐 그렇다 한들 슬퍼하거나 그리 그리워 해서는 안된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이제는 전화를 걸어 어떻게 사느냐고 묻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선영이의 쾌유를 빈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00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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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원강사: (아처) 이 시대의 선생이 되기 전에... (1999-06-03 23: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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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