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보기 몇 시간 전에... (200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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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513 Vote: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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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처음으로 기말고사를 치루게 될 것 같다.
지난 중간고사 때도 유일하게 보았던 그 한국경제사 과목을 이번 역시 직접 치룰 예정인데
다른 수업은 시험을 치지 않으면서도 유독 한국경제사만 시험에 임하는 까닭은
단지 오픈북이라는 데에 있을 뿐이다.
강의실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학교 설립자를 욕하는 교수님께 결코 호감을 갖고 있어서
그 교수님의 시험만 특별히 봐주는 건 아님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벌써 29시, 새벽 5시이건만 여전히 잠들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를 신뢰하지 않기로 결심했기에 이대로 버티다 7시 남짓에 학교에 갈 것이고, 시험을 볼 예정이다.
긴장해야 한다. 어느 순간 잠들지 모른다. --+

대학로쪽으로 학교 가는 길은 수원으로 가는 것과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아마도 대학 초년의 기억들과 친구들과의 추억들이 남아있기에 그런 것 같은데
요즘은 지난 학기 용민이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많이 난다.
나는 지난 학기에도 학교에 잘 가지 않았지만 용민은 여느해와는 달리 도서관에서 밤을 새며 공부를 했었다.
항상 시험 때면 내게 연락을 해주곤 했었는데...
올해 역시 같이 듣는 수업은 길수가 그 역할을 대신 해주고 있지만 어쩐지 용민이 그리워진다.

그렇다고 수원으로 학교 가는 길이 그리 무용한 건 또 아니다.
대학로로 갈 때는 분주한 사람들 속에서 그저 사람들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곤 하지만
수원으로 갈 땐 좀 여유로워 좋다.
그간 그닥 학교 간 건 아니지만
나는 가는 길엔 신문을 봤었고, 오는 길엔 책을 틈틈히 읽곤 했었다.
평소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곤 했었기에 그 시간은 나름대로 유용한 편이었다.

몇 주 전에는 미술에 관한 책을 한 권 읽어냈다.
동시대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갖고 싶었지만
다른 부분보다도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바로 미술과 국악이었는데
수박 겉핥기식이긴 했지만 그래도 몇 미술가들과 작품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직 미술 작품을 어떻게 봐야할 지 감이 잡히지는 않지만
이런 과정들을 거치다 보면 영화나 음악처럼
나름대로 보는 눈이 생길 거라 믿는다.
물론 그 눈이 타인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미술이나 음악, 문학 등 창조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공통적으로 멋있어 보이지만
요즘은 영화잡지사 기자들의 삶이 특히 멋있어 보인다.

그들의 삶이 세상을 변혁하거나 혹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어찌 보면 지극히 배부른 소리나 나불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영화에 미쳐있는, 비슷한 사람들과 언제나 영화 이야기만 하며 진하게 술 한 잔 마시는 건
소박한 삶의 즐거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결론은,
자꾸만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95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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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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