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23번째 생일을 보내며... (1999-11-26)

작성자  
   achor ( Hit: 1273 Vote: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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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Etc

『칼사사 게시판』 34991번
 제  목:(아처) 22번째 생일을 보내며...                              
 올린이:achor   (권아처  )    99/11/26 14:37    읽음: 40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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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이나 X-mas 같은 특정일의 무의미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이제 식상한 일이 되어버렸다. 반복은 권태 이외의  적당
      한 결말이 있을 수 없는 법이다.
        
        생일을 챙기는 일은 일종의 주변인들과의 행사, 정도의 의
      미밖에 갖고 있지 않다.  그리하여 내 주변의 그  누구라도, 
      아무도 내 생일을 몰라준다 하여도 특별히 슬플 것 같진  않
      다. 요즘 바쁘신 내 부모님이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24일 밤, 유달리 일찍 잠들었었다. 어린 시절에는  생일이 
      다가오면 부모님으로부터 괜찮은 선물을 기대했었는데  이젠 
      아무 말씀 없으시던 부모님이 원망스럽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25일 아침. 원래 아침을 먹지 않기에  늦잠 
      자도록 내버려두시던 어머님께서 25일 아침에는 나를 깨우셨
      다. 아침이라도 함께 하자고.
        
        상에는 미역국이 올라와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채식을 해
      왔기에 집에서는 육류를 거의 먹지 않는 편인데 그런 걸  역
      시 오랫동안 겪으신 어머님은 그 날도 여전히 고기 한 점 들
      어가 있지 않은, 맹숭맹숭한 미역국을 끓여놓으셨다.
        
        밤에 들어올 거니?
        26일 새벽에 들어오겠습니다.
        케익 하나 준비해 두마. 내일 와서 먹거라.
        케익이라뇨. 차라리 피자나 한 판 사두세요.
        
        오전엔 빈둥대다가 점심 때 무렵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러 
      나갔다. 대낮부터 술에 취해있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일이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었지만  술 취한 눈에  비치는 
      햇살의 모습은 참 평화롭고 온화했다.
        
        오후엔 내내 바뻤다. 26일, 홈페이지 심사가 있는  날이어
      서 취한 정신으로도 부단히 일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  시간
      에 맞춰 일을 끝내고 학원으로 이동.
        
        학원에선 애들과 플라모델을 만들었다. 무장형 더블Z건담,
      이라고 어린 시절 내가 사자비, 자크3와 함께 가장 좋아했던 
      모델이었다. 난 플라모델 만드는 게 취미였던 아이였다.  건
      담시리즈라면 거의 다 모았을 정도로 빠져있었었다. 근 10년
      만에 만들어본 플라모델은 옛 향수를 톡톡히 불러와 주었다.
        
        21시가 조금 넘어 성훈과  용민이 왔다. 근처에  해물탕을 
      아주 잘 하는 집이 있어 그곳에 짱박혀 소주를 마셨다.
        
        그리곤 일어나 보니 침대 위. 요즘은 술을 마시면 항상 필
      름이 끊기고, 또 무언가 잃어버리기에 하나하나 확인해 봤는
      데 다행히도 이번엔 아무런 사고가 없다. ^^;
        
        그렇게 내 스물 두 번째 생일은 지나갔다. 스물 두 살이란 
      나이는 분명히 아직 어린 거다. 그렇지만 세상의 진보는  청
      년들이 해왔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단지 지구가 22년 전의  그날과 비슷한 위치에 있을  뿐이
      다. 그리고 육체적인 성숙을 제외하면 나 역시 비슷한  위치
      에 있다.

        변화를
        기다린다.









                                                            98-9220340 권아처 


본문 내용은 9,12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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