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자 (20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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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001 Vote: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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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잠 못 이루는 밤이다.
저녁 내내 졸음에 겨워 빌빌거렸으면서도 막상 모두들 가고 새벽이 되니 잠들지 못했다.
이것이 그간 나를 학교에 못 가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어쨌든 나의 나태함이겠지만.

새벽 2시 30분 경 나는 잠깐 잔 것도 같다.
형님과 vluez 모두가 내일 내가 학교에 안 갈 것이라는 데에 밥 한 끼 쏘겠다고 내기를 건 지라
그들의 굳건한 믿음을 깨버리기 위해서라도 내일은 꼭 학교에 가볼 생각으로 자리에 누웠지만
그다지 큰 기대를 하고 있던 건 아니었다.
그랬기에 잠시 음악이나 들을 요량으로 KMTV를 자그맣게 틀어놓고 자리에 누웠다.

몽롱한 상태가 지나고 나니 새벽 3시 30분이다.
나는 그 몽롱한 상태를 잠을 잤다고 표현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다시 잠을 잘 수는 없을 것 같아 뜨거운 물을 틀고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니 새벽 4시 10분.

영신씨는 내게 안 잘 거면 4시에 깨워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나는 곧 잘 거라고 냉정하게 말했었고.

이것은 좋은 기회였다.
나는 마치 영신씨를 위하여 4시까지 버틴 후 그녀를 깨웠고 이제 곧 참아왔던 잠을 잘 거란 흉내를 낼 수도 있었고,
아니면 영신씨를 깨우기 위해 일부러 내가 4시에 힘겹게 일어난 척을 할 수도 있었다.
이런 과장된 몸짓 이후에 그 대가로 맛있는 저녁 한 끼는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그토록 비양심적으로 행동하거나 필요 없는 장난을 치는 것이 싫어졌다.
그래서 별다른 말 없이 영신씨에게 일어나라는 말만 건낸 후 전화를 끊었다.
나는 겨우 운 좋게 4시에 깨어있던 것 뿐이다.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TV카드를 다시 설치했었다.
그간 TV를 많이 봤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TV를 보지 않는 동안 나는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져 있음을 실감했다.
형님과 keqi가 던지는 세상의 이슈에 관해 나는 별다른 말을 못하고 있었던 게다.
물론 나대로 신문도 보고, 라디오도 들었지만 그것은 한계가 있었나 보다.

연휴 동안 뉴스나 드라마도 보았고, 뮤직비디오도 보았으며, 특선영화들도 보았다.
마이너리그,란 소설책도 한 권 읽어냈고, 연애소설,이란 영화를 한 편 봐내기도 했다.
또한 곧 선보일 두 번째 리뉴얼 음악도 하나 손봤고, 술도 조금 마셨으며 물론 잠도 많이 잤다.

그렇지만 rialto를 좋아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다.
rialto가 한국에서는 널리 인기 있는 편이기에 별로 이상한 것도 없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 그는 rialto와 연결되어 있었기에 조금은 신기한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돌아온 아침,
덩그러니 남겨져 있던 김밥과 Mnet에서 흘러나오던 summer's over가 없었다면
나는 나와 별 상관 없는 rialto 따위에 전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가끔 보게 되는 미련한 사랑,이란 뮤직비디오는
나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하나의 상징물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09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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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