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니? (200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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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520 Vote: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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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은퇴를 선언한 전지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평생을 성실하게 농구한 것밖에 없다고 했다.
그녀가 한국 최고의 여성 농구선수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런 노력 때문이겠다.

그러나 그녀,
자신의 삶을 돌이켜 봤을 때
오직 남은 건 농구밖에 없다면,
자신의 삶이 매우 단조로웠고, 농구 이외의 것은 해보지 못한 채 젊음이 흘러가 버렸다는 걸 알아챘다면
그녀, 후회하지는 않을까.

젊음을 한 가지에 다 바쳐 그것에 무언가 이뤄낸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진심으로 묻고 싶다.

후회하지 않느냐고.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61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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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끼2004-02-14 18:55:34
농구선수는 모르겠구......잘..
영화 '와이키키브라더스'에 보면 그런 대사가 나온데 ( 나 이영화 안봤음 )
'니 하고 싶은 거(음악) 하고 사니 행복하니?'
이뤄낸 사람이든 아니면.. 하고 싶은걸 하고 사는 사람이든..
행복과 아닌것과의 차이는 어짜피 종이한장 차이 아니겠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과 이뤄낸것.. 그것을 위해 버려진 것들도 분명 존재할테니깐..
후회하냐구 물어보면 과연 뭐라고 대답할까? 그것 역시 사람의 차이겠지만 매우 미묘한 차이라고 생각해..

 Keqi2004-02-17 00:54:49
참으로 오랜만에 김 사장님을 만났다.
아, 그 분에게는 '형님'이란 말이 더 어울린다.

넘후 오랜만에 만나서 참으로 반가운데, 고작 나온다는 말은,
요즘 그저 그렇지요, 죽지 못해 지내지요.
머 이런 류의 이야기였다.

사실 요즘 나름 복잡하였다.

연초에 쓴 카드대금에 월급날만 되면 명세서 보면서 한숨만 나오고,
일은 줄기는커녕 점점 더해만 가는데 정말 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주7일 근무라도 해서 돈을 벌고 일도 줄이고 좀 어떻게 해봐야 할텐데.
일요일도 하는 것도 없이 맘만 답답한 채 피곤은 여전히 줄질 않는다.

가을부터 할 일이 많아서 그 준비에 피곤하지만,
정작 주변 사람들과의 얽힘 속에서 준비란 참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티내고 말하기도 참으로 좀 그렇다.

카드대금만 메꾸면 현금 별로 없어도 어찌저찌 잘 살긴 살지만,
다른 그 무언가를 염두에 두다보면 늘 조심스러운 한 마디.
"내, 오늘 쏜다"

그래도 쓸 때는 웃으며 쓰려고 항상 노력은 했다.

교통비를 제하고 나면 쓰는 현금 한 달에 십만 원 남짓.
그래도 나는 그것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행복하였으므로.

---

누가 그랬다.
내가 보지 않은 영화 '와이키키브라더스'에 그런 대사가 나온다고.
'늬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니 행복하니?'

쥐꼬리만한 월급에 출근일찍 퇴근늦게, 거기에 밤샘불사까지.
피곤은 풀리기는커녕 점점 더 쌓여만 가는데도 행복하다니.
좋아하는 사람한테 말 한 마디 못 붙일만큼 소심박약한데다,
그나마 이러저러한 이유로 만날 시간 내기조차 쉽지 않은데.

도대체 일중독이 아닌 다음에야 이게 사람이 사는 건가?

그럼에도 나는 행복하단 말이다.

마케팅이란 재밌는 분야에 전략업무를 하는 것이 재밌고,
박카스 선전처럼 회사 크게 키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재밌으며,
내 추천서로 아네스의 취직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 재밌다.

나날이 늘어가는 술에 몸도 마음도 피곤할 뿐더러,
돌아오는 길에 요즘은 툭하면 깜빡깜빡하지만,
술 한 잔 주고받으며 배우는 인생이 즐겁고,
없는 시간 쪼개가며 자기개발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난 하고 싶은 것만 골라가며 할만큼 여유로운 사람이 못 된다.

하기 싫은 것만 우선 해치우고 정작 하고싶은 일 하려고 들면,
더 하기 싫은 일들만 산더미같이 쌓여서 지칠 대로 지친다.
아주 어릴 때부터 늘 그런 식이었다.

집에만 오면 듣기 싫은 잔소리에 매일 고성이 오가고,
잔소리에 찌그러지는 인상에 이마엔 어느새 석 삼자가 완연하다.
조금 더 길게 보면 지금 약간 귀찮은 게 더 나을 수도 있는데,
눈앞의 일만을 때우는데 급급한 일에 화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행복할 수 있는 건,
내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내 벗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담배를 좋아하므로,
스스로 담배연기가 힘들어도 담배를 꺼리지 않는 것이며,
또한 그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일이기에,
길거리에서 담배꽁초 아무데나 버려도 말하지 않는다.

물론 내 보편타당한 양심에 비추어볼 때 결코 아닌 것은 아닌 것이며,
내 편하자고 또 다른 사람이 허리굽혀 그 꽁초를 줍게 하는 것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백년지대계라고 보는 건 지극히 오바일게다만.

그럼에도 나는 그에게 그것이 옳지 않다 말하기보다는,
언젠가는 그러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을 뿐이다.
나보다는 더 낫고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들이기 때문에.

벗의 허물까지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므로 행복하다.
물론, 그것이 내 스스로의 자기기만일 수도 있음을 알지만.
나와 남의 다름을 인정하려 애쓰는 노력만큼은 나도 인정할란다.

나에 대한 잔소리도, 또한 비난의 소리도 높다.

잘 알고 있다.
내가 쑥대머리 갈구듯이,
그렇게 나도 친구들에게 잔소리 듣는다.

요구하는 차원이란 게 그러나 친구들마다 크게 달라서
우니구니가 요구하는 바는 泓의 그것과 정 반대일 수도 있고,
evie가 요구하는 바가 또 악어가 요구하는 것과 상충될 수도 있는 게다.

그러나 우니구니가 그처럼 절규한
'모든 선택과 판단의 주체'로서의 나는,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공통의 시사점을 찾는 외에는,
어느 누구의 편도 들어주기란 그리 쉬운 노릇은 아니다.

내 인생인데.

그런데 지금껏,
난 누구에게도 '이것 해 달라'라고 요구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
한동안 그리 해 본 적도 있으나,
결국 누구 말씀대로, 나를 두 번 죽이는 거라 못 해 먹겠다.

나에게도 취미란 있지만, 거의 못 한다.
심신이 자유롭지 못하니 여유란 게 없고,
여유란 게 없으니 취미는 곧 가식이 될 뿐이다.

때가 되면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것이 취미라,
다른 사람들에게 이걸 같이 해보자 말하기 보다는,
어느 순간 내가 무언가를 시작했을 때,
아무 말 없이 웃음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또한 지금 난 다른 이들의 취미에,
더불어 관심을 가져줄 여유 또한 그닥 많지 않다.

내 글에서 종종 등장하는 돈 이야기와
실제 대화상에서 자주 나타나는 구성진 욕지거리, 혹은 음담패설.
지금의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했던 수많은 노력과 함께,
어떻게 해도 결말이 나지 않는 내 사랑에 대한 그리움.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하나하나 설명하긴 참으로 쉽지 않다.
아니, 친구들도 상당히 불편해하고 할 이야기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 없이 나를 말하는 것은 억지춘향이다.

한 달에 십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살면서,
졸업하도록 학교 밖 식당이라곤 하나 알지 못하고 지냈지만,
칼제비 한 그릇에 하루를 연명하는 다소 사람답지 못한 삶 속에서도,
때로는 수십 명의 후배들에게만큼은 하루에 십만원이 넘는 점심도 사는,
그러면서 정녕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내 대딩시절을 알지 못하는 한,

그 돈 이야기에 내가 얼마나 많은 삶의 무게를 디뎌 놓았는지,
나로서는 참으로 설명하기 쉬운 노릇은 아니다.
차라리 그냥 욕 몇 마디 듣고 마는 게 속 편하다.

솔직히 여기에 쓴 이야기 치고,
싸이에 1촌공개로 쓸 이야기가 아닌 것이 없을는지 모르나 그러지 않는 것,
내 자신에 대해 좀더 솔직하고 싶어서다.

물론, 나라고 모든 이야기를 다 까발릴 수는 없겠지만,
(그리고 무덤에서라도 말하지 않을 것은 또한 말할 리 없겠지만)
나는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하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만큼은 가식없이 솔직하고 싶었다.

좋아하지만, 사랑하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던 것은,
네가 싫어서, 그렇다고 미워서가 아니라,
네게 나란 존재가 한없이 부끄러웠기 때문에,
나로 인해 널 힘들게 하는 것 자체가 미안했기 때문에,
그 말을 내 입으로 하기가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더 나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이 공간을 이용한 것 뿐이다.

---

살면서 후회해본 적은 없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 하려고 노력했고,
부끄러운만큼 더욱 열심히 살았으니 됐다.

이 자리에서 오직 한 우물만 파서 성공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수많은 유혹 속에서도 자신에게 엄격했던 점에 한 번,
또한 열정과 시기와 매너리즘을 넘어 진정 성실하였던 점에 한 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만큼 생을 사랑한 점에 한 번.

나는 그리 살 수는 없을 것이 자명하나,
많은 치고받음을 통해 철없는 나를 조금씩 철들게 함에 감사한다.
버린 것도, 잃은 것도, 얻은 것도 많았으니.

어제보다는 내일을,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을,
후회하는 것보다는 만족하는 것을,
좌절보다는 때로는 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를,
절망보다는 삶을 더 멋지게 드라이브할 수 있다는 희망을,

그렇게 믿으며 살며 사랑하며 산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고,
그래서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비록 겉으로는 전혀 반대의 이야기가 튀어나올지언정.

 achor2004-02-17 06:19:14
역시 화법의 문제일 듯 싶은데,
나는 니가 사람들을 대할 때 윗글처럼 그냥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이야기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욕설이나 날카로운 어휘를 통해 거칠게 말을 한다고 화자가 강해 보이지도 않고,
외국어나 어려운 어휘를 쓴다고 화자가 유식해 보이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그저 가벼운 농담을 섞어 너무 진부하거나 무겁지 않게, 경쾌하게, 그러나 경박하지 않게
윗글처럼 네 생각을 이야기 한다면 사람들에게 네가 말하고자 하는 걸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잘 알지 못하는 화제가 나왔을 때 대화로부터 소외될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깊은 관심을 갖은 채로 화자에게 맞장구를 쳐주면 그걸로 충분해 보인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무조건 동의해 줄 필요도 없다고 본다.
일상적인 대화의 목적은 결코 설득도 아니고, 다른 생각을 이야기 하는 게 싸우는 것도 아니다.
그저 고집부리지 않고 내 생각을 이야기 하고, 다른 사람 생각을 들어주면 될 것 같다.

오늘 윗글에 나와있는 이야기를 너로부터 들었지만
나는 지금 네 글을 통해 읽는 느낌과 네 입을 통해 들은 느낌이 너무나도 다르기에 건방지게 몇 자 적어봤다.

...

네 멋진 세 번의 박수에 박수를 보낸다.
그 중 하나는 다소 충격이었으면서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열정과 시기와 매너리즘을 넘어 진정 성실하였던 점에 한 번"

결국 열정 또한 극복해야할 장벽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achor2004-02-17 06:25:23
어찌 보면 결국 내가 무언가 이뤄낸 누군가에게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건 '젊음이 가버려 아쉽지는 않나요?' 라고 묻는 것과 다름 없을 수도 있겠다.

 ggoob2004-02-21 03:58:29
가보지 못한 길을 아쉬워 하듯이,
얻은것이 있으면 잃은것도 분명 존재하듯이,
자기 인생에 후회가 전혀, 단 1%도, 없을수는 없겠지.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요즘 한가한가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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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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