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 (2009-01-05)

작성자  
   achor ( Hit: 1883 Vote: 6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1. 아침

주차를 하고 회사로 향한다.
흔히 걷던 길로 무념무상의 상태다.

그러기에 더욱 순간적인 일이었다.
코너를 도는 순간,
지난 반 여 년간 이 근방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미녀가 길가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녀는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한 여성과
가방을 안 가져왔네, 뭐네 하는 류의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고,
나는 여기도 물이 많이 좋아졌구나, 생각하며 그녀를 스쳐 지나쳤다.

알고 보니 생각보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를 지나니
바퀴가 없는, 전적으로 촬영을 위한 버스가 한 대 놓여있었고,
아침부터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부산했다.
무슨 촬영이라도 있나 보다.

곧 그녀는, 이름과 얼굴을 내가 알지 못하는 신인 여배우쯤인 듯 싶고,
옆의 여인은 그녀의 코디 혹은 메이크업 담당자였겠다.
그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가방은 메이크업 도구들이었겠고.



2. 저녁

퇴근 길이다.
날씨가 춥다.
요즘 운전하고 다닌다고 얇게 입고 다니는 탓도 크겠다.

종종 걸음으로 차를 향해 걷고 있을 때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빅뱅의 대성이었다.

보는 순간 어디서 많이 본 것은 같은데 누구더라 싶었지만
그가 입고 있던 그 빤짝이 의상은 이내 그임을 떠올리게 했다.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쳤다가
33세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빅뱅의 팬텀 수준인 혜영에게 자랑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든다.

그렇지만 대성은 어딘가로 들어가 버린 후다.
0.1초간, 기다렸다 사진 한 장 찍고 갈까 고민했지만 순순히 포기한다.

움베르토 에코 탓이다.
그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의 유명인을 만났을 때 반응하는 방법,을 통해
거리에 서 있는 상황을 맞이한 유명인이 얼마나 힘든 지 말한 바 있지 않았던가.
갑작스레 떠올라진, 읽은 지 10년 가까이 돼 가는 그 이야기는
나를 혜영에게서 엄청 대단한 사람인 양 우쭐 거릴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했다.

그렇지만 사실
사이버테러를 받을 법한 이야기겠다만,
그 인성과 재치는 매우 부럽긴 하지만
역시,
대성보다는 내가 더 잘 생긴 것 같긴 하더라. -__-;
오해마라. TOP이 아니라 재치와 귀여움으로 승부하는 대성이다.

- achor


본문 내용은 5,72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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