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보며... (2009-04-13)

개발자를 뽑는 자리다.
서류전형을 통과한 이들의 1차 면접관이자
50%의 선택권을 가진 채점자로 면접에 참가한다.

과거 아처웹스.에서,
그리고 형님과의 업무에서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검토해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인 면접관의 입장은 처음이다.

고작해야 만 1년 차,
내 앞가림조차 불분명하건만
회사에 적합한 사람을 평가한다는 게
왠지 이치에 맞지 않은 건 아닌가, 지원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느껴진다.


당연히 원초적인 희망은
아리따운 여인을 뽑는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다.
스펙도, 실력도, 그간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왔는 지 다 중요하지 않다.
미모지상주의와 여권신장의 투철한 투사로서 내 한 몸 바칠 각오가 피어난다.

그러나 희망과는 달리
막상 함께 일할 사람이자
필요 이상의 과중한 선택권이 주어지니
신중해 진다.

차근차근 이력서를 살피며, 필요한 질문을 던져본다.


이력서는 고리타분 하고 식상해 보인다.
그의 개성과 타인과 다른 특장점을 볼 여지를 찾을 수가 없다.
말은 어눌하고, 여유가 없다.

평가는 박하게 내려진다.

어쩔 수 없다.
니가 아무리 아리땁고 매력적이라 하여도
일은 일이고, 사랑은 사랑이다.

함께 사랑할 사람을 찾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일을 해나갈 사람을 찾는 자리다.


면접에 임하는 그들을 보며
내 모습을 생각한다.

채점항목의 제 1항은 면접자세였다.
모두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채로 공손하게 답하고 있다.

과거 나는 면접에 임할 때
그들에 비해 좀 건방지지는 않았던가?


이직 만 1년 차.
정말이지 나는 이곳에서
다양하게
많이 배우고 있다.

가끔은
지금의 내가 과거의 아처웹스.를 운영했었더라면
제대로 성공하지 않았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아처웹스. 시절
나는 너무 모르는 게 많았었다.

- achor

본문 내용은 5,68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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