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의 결혼 (2009-04-11)

작성자  
   achor ( Hit: 2338 Vote: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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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현수의 결혼식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형, 제가 다 만나봤는데 이 공간엔 결코 괜찮은 여자 없어요,
라고 조언해 주던, -__-;
그 바람둥이 녀석이 결혼이라니 놀랍긴 하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래도 그 녀석, 짧을 지언정 항상 열정을 다해 사랑을 했었던 것 같고
어느 새 새로운 사람을 만나 충분히 사랑을 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다.

멋있고, 뜨거운 놈이었다.


신림에 들려 혜영과 함께 부천의 결혼식장으로 향한다.
부천역 채림웨딩홀.

꽤 오래 전 고등학교 동창 녀석이 결혼한 곳이기도 했다.
괜한 친근함이 느껴진다.

4월은 결혼하기 좋은 달인가 보다.
어찌나 차들이 많던지 주차하는 데만 1시간이 걸려버렸다.
다행히도 식이 끝나기 직전엔 도착할 수 있어서
녀석 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지켜봐 줄 수 있었다.


이직 1년 남짓.
어느덧 나도 사회의 전형적인 매커니즘 속에서 굴러가는
한 인간이 다 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들의 행복한 모습이 보기 좋았고,
4월, 왠지 어딘가로 훌쩍 여행을 떠나고픈 기분이 들어온다.

외출을 귀찮아 하고,
밝고 건강한 이미지보다는 어둡고 쓸쓸한 이미지를 좋아하며,
행동하는 것보다 사유하는 것에 더한 가치를 부여했던 20대 중반 이후
생전 가져보지 못한 느낌이다.

이런 감정을 지금보다 더 빨리 갖고 있었다면
어쩌면 이미 나도 결혼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시절에 만난 이들은
결국 운명이 아니었던 것일까.

- achor


본문 내용은 5,68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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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goob2009-04-13 17:00:02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서로에게 적절한 시기에 등장하는가 이다

미친듯이 끌리고
죽도록 사랑해도

서로에게 적절한 시기가 아니고
기가 막힌 타이밍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다

서로에게 기가 막힌 타이밍에
서로의 인생에 자연스레 등장해주는 것
그래서 서로의 누군가가 되어 버리는 것

그게 "운명"이자 "인연"이다

-from what chichi says-


 achor2009-04-14 02:04:14
많이 고민해 왔던 문제야.
내가 만날 최고의 여성은 이미 과거에 만났다 헤어졌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生 최고의 파트너가 아님에도 단지 결혼할 나이에 만났기에 결혼하게 된다면 매우 슬픈 일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그렇지만 요즘은
네 말처럼 최고의 운명의 범주에는 '기가 막힌 타이밍'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

그럼에도 현자 chichi가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해 지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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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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