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No.2 (2003-05-31)

작성자  
   achor ( Vote: 24 )
분류      개인

1.
젊고, 활기차고, 생동감 있는 대학로의 풍경이 마음에 든다.
정답게 앉아 있는 연인들의 모습도 행복해 보이고,
연극을 보러 오라는 삐끼들의 외침도 경쾌하며,
TV 카메라 앞에서 재잘되는 리포터들도 아름답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에 여유로움이 묻어져 나와 좋다.

밤이면 모임들이 시작된다.
몇 해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어느 인터넷 모임에서 나왔던지 아이디를 묻기도 하고, 술 한 잔 더 하자며 재촉하기도 하는 그 모습이
아련히 추억을 자아낸다.

대학로에 살았던 그 시절,
밤이면 마로니에 공원에 앉아 사람들과 세상을 바라보며 할 일 없이 보냈던 그 시간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2.
어제 신문방송학 졸업 논문은 힘겹게 끝냈다.
일전에 keqi와 함께 써놓은 안티SBS에 관한 문서를 그저 변형시킨 것 뿐인데
2001년 자료다 보니 아무래도 어색한 느낌은 든다.

그렇지만 역시 문제는 시간이다.
마감 당일 날 졸업 논문을 작성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나는 100점, 90점을 생각하지 않았고,
제출하였다, 제출하지 않았다, 마치 0과 1로만 구성되는 컴퓨터를 내내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나 정보통신공학 졸업 논문을 결국 마감일에 제출하지 못했다.
위기 No.1



3.
어제는 도서관에서 공부도 해봤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공부하는 그 기분은 아주 좋았다.

학교에는 중앙, 법대, 경영대. 그렇게 세 개의 도서관이 존재한다 하던데
물은 경영대 도서관이 최고란다.
고민할 여지 없이 나는 경영대 도서관 行.



4.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
오늘 있은 한문 졸업시험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특별히 잡념이 드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졸렸다. --;
글자를 보고 있는 건 역시.
졸린 일이다.

나이가 들어서 머리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을 용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쩌면 진실일 지도 모르겠더라.



5.
공부 좀 해보려고 했더니만 옛 초등학교 친구가 찾아온댄다.
아무리 다음 날 졸업 시험이 있다 해도
멀리서 찾아오는 옛 친구를 거부할 나는 아니다.

추억의 캠브리지 4층으로 향한다.

얼마만이던가.
젊음의 많은 날이 기록되어 있던 캠브리지 4층 속에서 감상에 빠진다.

그 모습, 그대로이다.
사진도 몇 장 찍어왔지만 며칠 후에 수정, 첨부할 수밖에.



6.
친구는 일을 하나 같이 해보자고 제안한다.
아. 공부해야 하는데. --;

일단은 승락한다.
최근 받은 2-3건의 제안들은 모두 거절하였으면서도 이 친구는 예외였던 까닭은
친구에 대한 신뢰감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동창들은 대체로 무엇을 하더라도 잘 할 것 같은 친구들이다.
나는 내가 나에 대해 갖고 있는 자신감만큼 그 친구들의 능력을 신뢰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일이든 공부든,
나는 지금 그 무엇에도 몰입할 생각은 없다.
그저 가볍게 발만 담가두고 싶다.



7.
상훈이도 합류한다.
영민이는 이제 검사라고 바쁜 척이다.
태원이는 아직 고시에 못 붙었다고 우리 앞에 나타나질 않는다.
다섯 중 그 둘을 빼고 갑작스레 모두 모였다.

2차는 학교 앞 소주방이다.
자. 오늘 코가 삐뚫어 지도록 마셔보자!
아. 좋다!



8.
헉. 좆됐다.
일어나 보니 아침 9시 여.
9시 20분까지 입실해야 하는 한문 졸업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좆나게 달린다.
그나마 가까워서 다행이다.

그러나 지난 밤의 과음은 다행이지 않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 시험지는 내 앞에 있다.
술 냄새 풀풀 풍기며 시험장을 둘러 본다.

내 옆에, 옆에 자리의 여자가 제일 예쁘다.
그 뿐이다.
아무리 예쁜 그녀가 나와 가까이 있었다 한들
나에게 속 좀 괜찮냐며 걱정해 주지도 않을 것이고,
힘들텐데 대신 시험을 봐주겠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 역시. 美는 허무한 면이 좀 있다.



9.
위기 No.2

이것은 심각하다. 쉽게 웃으며 농담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나는 이로써 졸업이 아닌 수료로 대학을 마감할 지도 모르게 됐다.

그토록 고생하였건만 수료라니.
인정할 수 없다. 젠장.



10.
대학원을 가고 싶다.
학점이 나빠도 대학원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조언 좀 부탁한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77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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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goob2003-06-01 01:35:33
오빠가 가진 능력중에 특전으로 인정 받을 만한 것 좀 찾아봐. 오빠의 일기를 보면 요즘은 특히 더 불안해 죽겠어.--;

 achor2003-06-01 17:50:09
http://empire.achor.net/acboard/acboard.php?id=travels&m=v&num_seq=26
http://empire.achor.net/acboard/acboard.php?id=travels&m=v&num_seq=27

 achor2003-06-02 15:48:45
> 지원자님께서 2003-06-01 오후 4:38:36에 말씀하시길....
>
> 성대 학부생입니다.
>
> 졸업한 과의 대학원에 진학을 하고 싶습니다만
> 학점이 아주 안 좋습니다.
>
> 일반대학원 진학시 지원자격에 학점에 대한 제한이 있는 지 궁금합니다.
>
- - - - - - - - - - - - - - - - - - - - -

학점 제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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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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