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뭐할까 (2011-07-17)

작성자  
   achor ( Hit: 2617 Vote: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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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28시 30분.
제헌절과 일요일이 겹쳐 내일은 대체휴가인 덕분으로 여태 안 자고 버티고 있다.
이렇게 새벽 4시가 넘어까지 잠들지 않은 건 참 오랜만인 것 같다.
토, 일 이틀 가지곤 평소의 생활 리듬을 깨트리기 쉽지 않아 의지와 달리 쉽게 잠들고 말았었다.

사흘에 이르러 기어이 깨트려 버린 일상.
쉽게 잠들 순 없다.
큰 머그잔 한 가득, 커피믹스 3개를 털어넣는다.
이런 커피 마시는 것도 오랜만이다.

공으로 얻은 것 같은 24시간을 뭘 하며 보낼까 생각한다.
평소 시간 제약 때문에 하지 못했던, 정말 하고 싶은 게 뭐였던가 생각한다.

대개 이럴 땐 뭔가 개발을 하거나 장문의 글을 쓰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개발해 보고 싶은 것도 없고, 뭘 쓰려고 해도 아무 생각이 나질 않는다.



가만히 생각하니
리니지2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하필이면 리니지2라니.
24시간을 통털어 넣는다 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욕망 아니던가.

리니지2를 하던 그 시절이
비록 미래도 없고,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이긴 하였지만
그래도 행복했긴 했었나 보다, 이렇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걸 보면.
http://empire.achor.net/community/lineage2/

하루 한 시간씩이라도 비생산적이지만 행복할 수 있는 유희만을 위하여 소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긴 하지만
그러기엔 기회비용적으로 너무 손해겠다 싶어진다.

하고 싶은 걸 하지 않고 해야할 걸 하는 게 신사라지만
한 번의 인생, 아쉬움을 남기며 살아가야 한다는 건 유감이다.
나아중에 늙고 늙어 사회에서 은퇴하게 된다면 그 때 이 아쉬운 욕망을 달래 보자.
젊은이들을 단 칼에 모조리 제압하는 백발의 고스트헌터, 그것도 뭐 나쁘진 않겠다.



리니지2는 안 되겠고...
자, 그럼 다시 뭘할까...

아. 노래를 하나 만들어 볼까.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속에 곡 하나 만들고 싶었었는데 잘 됐다, 작곡을 해보자.
고등학교 2학년 시절,
하루만에 작곡, 작사, 편곡까지 해버린 아처신화, 아처제국가가 아니던가.

24시간이면 충분하다,
라고 하기엔
곰곰히 생각하니 허황된 꿈이다.

명필이 붓을 탓하는 건 아니지만 예전에 쓰던 미디장비도 이미 다 버린 터.
차라리 내가 작곡한 최고의 곡, 아처제국가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볼까.
그게 오히려 쉽긴 하겠다.
http://empire.achor.net/ae_compose/5

0.5초간 스토리를 떠올려 본다.

한 남자가 석양이 지는 초록 들판에 앉아 붉은 바다를 바라보며 서서히 회상에 잠긴다.
유년시절의 행복했던 기억들이 장면장면 이어지며 서서히 현실로 돌아온다.
미소 띈 표정으로 들판에서 힘차게 일어나 바다를 향해 나가가고 카메라는 그 뒤를 쫓는다.
마지막 씬은 그가 고개를 뒤로 돌려 무언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카메라와 시선을 마주 보는 것.

곡의 주제와 분위기를 보면 실사 보다는 애니메이션이 좋겠다.

음,
역시...

딴 할 걸 생각하는 편이 낫겠다.



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볼까.

그것도 좋겠다.
25$나 내고 개발자 등록까지 했는데, achorEmpire Mobile App 하나 등록하자니 돈 아깝긴 하다.
http://empire.achor.net/diary/1463

좋은 정보를 보기 쉽게 제공하는 것도 좋고,
테트리스 같은 간단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형 게임도 좋다.
내 허접한 개발실력은 차치 하더라도
뭔가 만들어 내려면 데이터가 있거나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갖고 있는 데이터나 아이디어가 뭐 없을까나...



헛.
고민하다 보니 어느덧 29시 30분.
머그잔 가득 했던 커피는 다 마신 지 오래고, 졸음도 몰려 온다.
버틸만큼 버텼다.

아무래도 내일 하루는
못 이룬 잠을 자고 나면 끝나 있을 게 분명하다.

헛되도다.
인생이여.
잠이나 자자.

- achor


본문 내용은 4,910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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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트시커2011-07-20 20:26:05
공감되요. 리니지2에 대해서도, 저의 29시 30분에 대해서도.

 achor2011-07-21 22:25:59
늦게 주무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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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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