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Heart Will Go On (2003-04-15)

작성자  
   achor ( Hit: 1292 Vote: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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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Heart Will Go On

열정적인 여름이 다시 오고 있으니 저 저금통이 내 침대 위에 놓인 것도 1년쯤 되어가나 보다.
겨우내 한 모금의 물도 마시지 못했으면서 단 한 번의 불평조차 하지 않았던 선지를 대견스럽게 바라보고 있을 때 또한 그 옆에 고고히 서 있는 저금통을 발견한다.



그러고 보니 파랑과 분홍은 꽤나 대조적이다.

처음, 마치 무게의 증식이 저금통 본연의 의무인 양 열정적으로 그 무게를 더해갔던 분홍은 언젠가부터 그대로 방치되어 버렸지만
처음, 그 상대적인 가벼움에 비난을 면치 못했던 파랑은 강렬하진 않지만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무게를 불려 나가 이제는 분홍보다 무거워져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대체로 처음 뜨거운 열정을 갖지만 이내 식어버리는 스타일이라고 스스로 생각해 왔었는데 사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오랫동안 꾸준히,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큰 열정은 아니지만 식지 않는 열정으로 저금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자랑스럽기도 하고, 또 놀랍기도 하다.



어느날부턴가 저금통은 내 공간을 잠식하고 있고,
나는 앞으로도 그것이 왜 여기에 있는지 생각해 보지 못한 채 저금해 나가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특별한 의미를 지닐 수는 없다는 걸 모르지는 않는다.

아무런 생각도, 의미도 없이
그저 생각날 때 주머니에 손을 질러 넣고, 쥐어지는 동전들을 넣어두는 그 행위의 반복,
그것이 비록 저금의 참된 의미로부터 벗어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영원히 변치 않는다는 것은 결국 처음에 얼마만큼 강렬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식지 않는, 그 꾸준함의 문제일 거라고 생각해 본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90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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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nie2003-04-16 08:58:38
저를 만난 후에 더욱 더 정리된 감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팍 스치는 군요. -.-
아처씨, 여자 앞에서 어깨좀 피기도 해요, 앞에 있는 여자 기분 나쁘니까(자기 앉은 키가 큰 줄 안다구요)
앞에서 너무 소리 질렀던 거 같아 미안하기 까지 합니다.
오늘은 좋은 하루!

 achor2003-05-14 03:00:03
그것은 미련의 다른 이름일 지도 모르겠다.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남겨야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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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