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2003-04-19)

작성자  
   achor ( Hit: 1565 Vote: 14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한 달 남짓 다녔던 회사를 그만 둘 예정입니다.
큰 상관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다음 주부터는 중간고사 기간이긴 한 지라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그만둘 예정이지만
인수인계는 완벽히 끝내놔야겠기에 아마도 퇴사는 며칠 후가 될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어머니의 예상치 못한 냉장고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작 당시의 제 바램보다 더 크고, 값진 경험을 많이 얻을 수 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미 사회생활은 오래 해왔기에
더 이상 크게 깨달을 것은 별로 남아있지 않겠구나, 그간은 다소 오만함이 있기도 했었는데
그 오만함이 얼마나 멍청했던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사회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나, 또 회사를 운영하는 방법 등
오랜 기업 생활을 해오신 나이 쉰의 사장님으로부터 직접 듣는 그 이야기들은
아직 진지한 삶의 방식을 체득하지 못한 제게 구구절절 엄청난 조언들이었지요.

뿐만 아니라 학업이 끝나는 올 6월,
형님의 도움으로 매장을 갖춘 쇼핑몰을 하나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는 제게 있어서
아무런 자본 투자 없이, 오히려 돈을 받아가며
쇼핑몰을 총괄하며 제작, 관리, 운영해 볼 수 있었던 기회는
아주 중요한 실전을 앞두고 치뤄지는 모의고사와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러기에 그닥 성실하지 못한 제가 꽤나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도 같고요.
어떻게 방문자를 늘릴까, 또 어떻게 방문자를 구매자로 바꿀 수 있을까,
실제 상황 속에서 많은 고민도 해보고, 시행착오도 겪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점들은 올 여름, 제게 큰 도움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그간 너무나도 잘 해주신 주변 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크기만 합니다.
매일 같이 지각해도 항상 넉넉한 마음으로 봐주셨던 사장님이나
수요일, 목요일 학교 가야 하는 사정, 모두 이해해 주셨던 부장님이나
또 같이 일해 온 다른 분들도...
모두에게 폐만 끼친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 감출 길이 없네요.



원래 계획은 학업이 끝나는 올 6월까지 다닐 생각이었지만
매일 5분 10분이 아닌 1시간 2시간 단위로 지각하던 덕에 주변 사람들한테 미안했던 점도 있고,
또 5월에 봐야할 경제학, 신문방송학 졸업고사 준비도 해야하기에 조금 앞당겼습니다.
지금의 경험도 무척이나 소중하지만 이번에도 졸업을 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경험을 많이 쌓는다 하더라도 소용 없는 일이겠지요.
네. 이번에는 기필코 졸업합니다. --;
도서관도 가서 공부할 생각입니다.

또 매일 고정적으로 출근을 하게 되니 제 삶이 없다는 것도 조기 퇴사의 커다란 이유입니다.
처음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계획을 세워놨지만
실제로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건 아무 것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밤 늦게까지 술 마시고 돌아와 잠들면 다음 날이 반복되는 일상의 굴레 속에서
변변치 못한 의지를 갖고 있는 제가 무언가 한다는 건 너무 큰 욕심이었나 봅니다.

아직 망하지 않은 아처웹스.를 위해 제가 할 일은 많이 남아있기에 앞으로는 조금 더 신경을 쓸 생각이고,
또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젊음, 그 자유의 시간들을
아직 남아있는, 해보고 싶었던 일을 위해 마음껏 소비해 보고 싶습니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40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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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qi
2003-04-21 07:56:06
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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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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