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을 그만두고... (2003-01-17)

작성자  
   achor ( Hit: 1746 Vote: 14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그간 그리 큰 활동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많은 정이 들었던 한국사이버감시단에서의 시민운동을
오늘 정식으로 그만 두었습니다.
많은 아쉬움이 남고, 미련도 생깁니다만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는 중요하기만 하더군요.

단체에서 한 일이 거의 없기에 뭐라 말하는 것이 부끄럽기는 하지만
아무튼 처음에는 의욕도 많았고, 꿈도 나름대로는 갖고 있었습니다.
바람직한 인터넷 공간을 만들어 보겠다는 큰 의지를 갖고 있었고,
평소 생각하고, 느껴왔던 것들을 가시적인 절차나 규범으로 만들어 내고 싶기도 하였습니다.
방구석에 앉아 말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과 실천으로서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단지 의욕만 남기고 종결되는 느낌이네요.

비록 단장님께서 경제적인 마인드를 충분히 갖고는 계셨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단체 구성원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해답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배고파야할 시민운동이기에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몫이었습니다.
자신이 꿈꾸는 정의를 위해 직접 운동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네. 앞으로는 먹고 사는 일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이런 계획이야 1년 전에도, 2년 전에도 품었긴 했습니다만
2003년, 27살에도 그것은 여전히 중요한 결심이 될 수밖에 없더군요.

사실은 갈등도 많았고, 고민도 많았으며,
이제 와서는 아쉬움과 미련도 꽤나 큽니다.
어쩌면 제가 후회하지 않고 살았다고 회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지금 이 순간 떨쳐내 버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여럿 있을 것인데
저는 지금,
제 뜻대로 살아가는 모험 대신에
그저 그렇게 평온하게 살아가는 안정을 택한, 그런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안정을 찾으려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야 하겠습니다만.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97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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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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