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아침의 해프닝 (2004-01-27)

작성자  
   achor ( Hit: 1434 Vote: 19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1.
지난 밤에는 오랜만에 늦게 잠들었다.
특별히 할 일이 있던 건 아니지만
오늘은 영철이 형이 사정이 있어 출근하지 못한다 했었다.
곧 그것은 여느날처럼 아침 일찍 나를 깨울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고,
나는 좀 졸렸지만 이 날을 즐기고자 했던 게다.

그러나 그런 내 작은 소망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나는 또 다시 아침 일찍 일어나야만 했다.
그 소중한 내 단잠을 깨운 건
다름 아닌 학교로부터의 전화였다.



2.
전화를 건 사람은
그간 나와 종종 통화를 하였던 내 학과 교직원이었다.
그 분은 몇 년 전부터 내 졸업을 유달리 신경써 주시는 분이셨다.

그 분의 말씀인 즉슨,

졸업을 하려면 평점 2.0이 넘어야 하는데
권순우 학생은 평점 1.53으로 이번 학기에 졸업이 불가능 하겠습니다
또한 이번에 2000년 이후 4번의 학사경고 누적으로 인해 제적당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일이었기에 잠이 확 깨어버렸지만
이상하게도 그냥 그럴 수도 있다는 듯
담담할 뿐이었다.



3.
담담하다 표현하긴 했어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제일 수 있으랴.

사실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어떻게든 졸업을 해보려고 그토록 발버둥 쳐서
아주아주 힘들게 겨우 이번 학기, 대학 5년을 다니고 나서야 이수해야할 학점을 다 채웠건만.
이제 와서 평점이 미달된다니.
좀 억울하잖냐.

그런 규정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사실 그간 크게 신경쓰지는 않고 있었다.
일단은 졸업 이수 학점을 채우는 게 목표였고,
또한 그 목표가 너무나 버거웠기에
2차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그 평점은 전혀 생각도 못 했던 게다.
학점 채우는 게 급한데 그 평점을 언제 신경 쓰냔 말이다.

차라리 이수학점이 부족하면 그나마 낫겠는데
평점 미달이란다.
그간 내가 들은 과목이 몇 과목인데 전체 평점을 언제 올린단 말이더냐.
도대체 얼마나 더 학교를 다니란 말이더냐.

더욱 가관인 것은
학점을 모두 이수했건만, 이제 곧 졸업이건만
아슬아슬하게 누적된 학사경고로 제적 당하는 일.

물론 제적된 이후 1년 쉬고, 재입학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정령 서른에 대학을 졸업해야 한단 말인데
이제 말이 되냐고.



4.
이쯤되면 그 결과를 궁금해 할 지도 모르겠는데
뜸 들이지 않고 말해보마.

전화를 끊고,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그 사실을 확인하고 있을 때
다시 그 교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미안하단다.
자신의 계산 착오였단다.

즉,
나는 평점이 2.0이 넘어 적어도 제적은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분은 F를 포함하여 평점을 계산했었나 본데
졸업 평점의 계산에는 F가 포함되지 않았던 게다.

물론 아직 우리 학교 특유의 삼품제 따위의 다른 사소한 문제들이 있어서
졸업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어쨌든 학교는 더 이상 안 다녀도 된다는 건 확인됐다.

2000년 이후 4번의 학사경고로 제적 당하는 것도 아직 유효하지만
그러나 제적처분을 받기 전에
나는 졸업이든, 수료든 하게 되어 무사하다는 것.
세이프.



5.
결과적으로는 아침의 한 해프닝이었지만
정말 그 짧은 순간 천당과 지옥을 오간 느낌이었다.

그러나 역시 담담했었다는 것.
정말로 대학 제적된다는 게 현실이었던 그 짧은 아침의 순간
나는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와서는 그게 묘할 뿐이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53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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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끼2004-01-29 10:47:29
그러게 ㅡ.ㅡ 잘하랬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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