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0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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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187 Vote: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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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내 영웅이었으나
지금은 그저 변절해 버린 배신자로 치부해 버리고 있는
홍정욱은 7막7장에서 말한 바 있다.

인생에 있어서 선택은 순간적이라고.

그랬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 이번 선택은 전적으로 우연이었다.


굳이 강렬한 의지로 더이상은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던 건 결코 아니다.
물론 지난 몇 개월간 나를 옭아매왔던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러나 선택 자체에 신중함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우연찮게 Windows Server 2008을 접한 건 2월 말이었고,
나는 온통 빠져있었으며,
그리고 월말은 흘러갔다.

나는 그렇게 지난 3년간의 기록을,
더 나아가서는 지난 6년간의 기록을
기어이 끝내버렸다.


잠자리에 누워있을 때 문득 떠올려지는 것만으로도 내겐 고통이었다.
나는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었다.

영웅.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그 결말을.
멋진 말을 남기며
떠날 땐 멋있게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결국 이렇게 고요히 사라진다.
단 한 마디의 말조차 남기지 못한 채 희미해져 간다.


이유 없다.
그저 여느 달과는 달리 이번엔 월말에
나는 Windows Server 2008에 완전히 빠져 있었고,
이는 잊었던 개발에 대한 욕구를 일깨워 줬으며,
나는 시간이 나는 족족 개발만 했다.

그러나 그 얼마 안 되는 시간은
나로 하여금 지난 시간과의 완벽한 괴리감을 만들어 냈고,
일주일 남짓이 지난 지금 즈음에
완전히 다른 이 자리에 서게 했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란 걸 실감한다.
선택은 순간이다.

나는 지난 6년의 소중했던 기억을
단 며칠만에 완전히 소각해 버렸다.


물론,
슬프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관련된 생각은 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이것은 내게 있어서 매우 소중한 기록이다.

- achor


본문 내용은 5,66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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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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